2009 봄의 기억, 근황
2009년 봄,
벚꽃이 만개하고 흩날리며 지는 초봄 부터,
새순이 돋아 온통 푸르른 늦봄의 시작까지.
올해 봄도 이런저런 일들을 벌여 놓기 시작하면서 나름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일본 인턴, 한국어 튜터, 통역 자원봉사, 기자단, 공모전 등등의 이유로 면접도 여러번 있었고, 정기 상담과 같은 좀 특별한 시간도 갖고 있고.
학생이란 신분이 얼마나 축복받은 시기인가?
전체 삶에서 지금 이 시기가 가장 값지고 다양한 체험으로 부터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기임에 틀림없다.
가끔은 학교나 주변의 친구들 중에 ‘현실’을 이야기 하며, 단지 학과 공부 자체나 과제에 허덕이며 전공 이라는 한가지의 색깔만을 칠하며, 불안한 미래 탓인지 하루빨리 고정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일개의 엔지니어로서 큰 회사의 사원이 된다는 것은 원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의미도 전혀 아니거니와, 당장 눈에 보이는 통장 잔고가 주는 경제적인 만족감 외에 다른 행복을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대부분 입사후 2~3년간 괴리감을 많이 느끼고 그러다 그만 두기도 하고, 혹은 무뎌지거나 익숙해져버리지 않나. 물론 운이 좋게 맡은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아서 만족하며 잘 하는 사람도 일부 있는 것 같지만.
어제 OB와의 대화에서, 이번에 책임 연구원으로 승진하신 분의 이야기나, 7년차 선임인 민홍이 형이 하는 이야기에서 공통점은 ’전공 공부 외에 학생 시절에 원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하세요’ 였던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 같다.
봄,
일생에서 ‘봄’ 이 몇번이나 올까?
젊기에 능동적이고 활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봄은 몇번이나 더 올까?
사회인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이 없는 학생으로서의 봄은?
영화 Magnolia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인생이 젠장맞게 길고 길다고 이야길 하지만
인생은 그리 길지는 않은 것 같다.
나도 벌써 늙어가고 있음을 느끼는데 -ㅅ-;
Life is not about Getting

Maslow's Hierarchy of Needs
When you focus your attention on solving problems and trying to make things better, something very interesting happens: you miss what you already have. So the only way to find happiness and satisfaction is to enjoy what you have right now. Again, I am not saying that you you shouldn’t set goals or make plans. What I am saying is that you should enjoy the present moment because this is all you have. Create for tomorrow, but live in and for today.
- Dr. Robert Anthony -
오늘’ 을 살고 있는가?
왜 진정 매 순간에 행복할 수 없는지?
오늘에 산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의미이다. 왜냐하면 그게 우리가 가진 전부이기 때문에.
어떤 직장이나 지위를 얻는 것을 단기적인 목표로 둔다면 적어도 동기가 있으니 그것을 이루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얻은 뒤엔 이내 과거의 것이 되어버리고 그 뒤엔 또 다른 것을 얻기 위해 움직여 갈 뿐이지 않나.
당장 내 현실을 본다. 지금은 무감각해져버린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주목해 보자. 내가 얻은 갖은 기회들, 사람들, 활동들. 그것들에 기뻐하며 즐길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함에도 이미 가진 것들을 놓치는가보다. 최근 삶은 행복이라기 보단 불행한 순간이 훨씬 더 많고, 그 중에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없는 부분이 더 많다고 느끼면서 좌절감만 더 커졌다.
하지만 인생은 흥미롭다. 어떤 늪에 빠지더라고 좋은 의지에 의해 어떤 형태의 계기로든 그것에서 다시 행복을 찾는 법을 알게 해주니 말이다. 다면적 인성 검사 중 하나인 MMPI, 문장 완성 검사 SCT, 그리고 AIESEC의 업무 전반에 대한 평가인 Self-assessment를 통해 나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최근에 가졌다. 재밌는 것은 Self-assessment 에서 본인 스스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항목에 ‘매우 그렇다’ 라고 평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검사들을 통해 느끼게 되는 것은 그와는 좀 달랐다. 스스로는 바라보고 싶은 부분, 묻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만 물을 뿐. 정말 솔직하게 깊은 곳까지는 잘 묻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 질문을 한다해도 그것을 교묘하게 피해왔기 때문에 지금껏 그런 부분은 항상 가려져 있던 체로 머물기만 하고 있던 느낌이다. 스스로를 잘 안다고 느꼈음에도 정리가 안되고 있던 부분 중에 하나는, ‘정신적으로 깊이 교감하며, 진실로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존재를 주변에서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업을 같이 듣거나 같은 생활권에서 자주 부대끼는 소위 ‘친한 친구’도 그렇지 아니하며, 연인 관계에 있는 이도 그렇지 아니하며, 가족도 아니다. 이 부분은 정말 안타깝다. 항상 적극적으로 마음을 여는 것이 이런 불행한 상황을 벗어나는 열쇠 임을 안다고 하지만, 정작 그러지 못하고 있다. 실은 그럴 수 있는 이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판단이 있긴 하다.
정말 행복해 지고 싶다면, 아주 간단한 질문에 최소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___________ 하면 난 정말 행복할 것이다. 의 앞 부분을 주저 없이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떠오르는 몇가지를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것들은 결국 일시적인 행복감일 뿐.. 정말 궁극적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글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떠나서 파라다이스를 한번 떠 올려볼까. 맛있는 음식을 매우 풍족하고 먹을 수 있고, 자고 싶을 땐 언제나 쾌적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잠을 자고, 신체적인 활동도 충분히 해서 에너지도 넘치고 건강을 유지하고? 그것만으로도 절대 부족하다. 주변의 사람들로 부터 무언가 뜻깊은 활동을 하고, 인정도 받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안전하고 안정된 평온을 누리고? 자식을 아주 명석하고 진실되게 키우고? 그것만 해도 어딘가 허전할 테고. 궁극적으로 꿈꾸어 오던 일생의 꿈을 이루는 자아실현? 아마도 인류를 위해 매우 큰 의미의 번영에 기여하는 것? 아님 인생의 깨달음을 위해 노년의 아주 적막하고 명상적인 삶? 어딘가 Maslow의 욕구 5단계를 그대로 반영한 것 같다. 원초적 본능, 안전의 욕구, 이성 및 연인에 대한 안정, 다수로 부터의 인정, 자아 실현 등.
내가 살고 있는 이 한국 사회에서의 나이와 책임감은 별로 비례관계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특별한 경험이나 대인관계로 부터 성장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지식, 경력, 전문성으로 대변되는 가치들은 정말 무엇하나 인간적인 성장에 기여하는지 의문이고,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신체의 건강을 해치고, 공해가 심한 도시에 살고, 복잡하고 좁은 사회에 철저하게 종속되어가고 있는 가치관과 시야. 2년간 머물 길 외엔 달리 방법이 없는 집단 속에 들어 갔을 때, 처음 두달 간 매우 강하게 되뇌이던 생각이 깨어있자는 것이었다. 그곳의 삶은 정신교육 이라는 이름 하에 일방통행을 강제당하는 곳이었기에 반작용도 컸지만 할 수 있는 건 의식적으로 깨어있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가. 24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고, 18개월이 되기 전에 어느 시점인지 기억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초심은 사라져 있었다. 서서히 미지근해지는 수온으로 부터 언제고 깨어있기란 참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 좁은 곳에 다시 갇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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